박문성 축구 해설위원 캐리커쳐 그리기
두 사람을 한 장에 함께 그릴 때는 각각의 생김새를 세밀하게 따라가는 것보다 서로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지 먼저 살펴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번 연필 스케치는 SK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소재로 작업해 보았습니다. 사실적인 초상화보다는 처음 보았을 때 눈에 들어오는 요소를 선택하고, 크기와 비율을 과감하게 바꾸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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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노소영 캐리커쳐 |
특히 한쪽은 넓고 묵직하게, 다른 한쪽은 가늘고 길게 구성하면서 두 인물이 나란히 있을 때 생기는 시각적인 차이를 활용해 보았습니다.
처음부터 눈이나 코처럼 작은 부분을 그리기 시작하면 전체적인 비례를 조절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머리와 턱, 헤어스타일을 포함한 외곽 형태를 가볍게 잡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그린 그림을 보면 왼쪽 인물은 얼굴이 화면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반면 오른쪽은 머리카락의 볼륨이 크면서도 얼굴과 목은 상대적으로 가늘게 구성했습니다.
이렇게 시작 단계부터 크기 차이를 만들어 놓으면 세부 묘사가 많지 않아도 두 사람의 분위기를 서로 다르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왼쪽 인물을 표현할 때 가장 먼저 잡은 부분은 얼굴 전체의 넓이였습니다. 볼에서 턱으로 이어지는 면적을 크게 확장하고 머리 크기도 충분히 키웠습니다.
여기서 모든 이목구비까지 함께 크게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넓은 바탕 안에서 눈은 비교적 작게 두고 코와 입이 중앙에 모이도록 배치했습니다. 이런 크기 차이가 생겨야 과장된 형태가 더욱 재미있게 보입니다.
입술에는 적당한 두께를 주고 턱 아래쪽에는 진한 연필선을 추가했습니다. 볼 주변에도 명암을 넣어 넓게 잡은 형태가 평면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반면 정장과 넥타이는 복잡하게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상체를 간결하게 줄여주면 큰 머리와 작은 몸의 비례가 자연스럽게 강조됩니다.
오른쪽 인물은 접근 방법을 다르게 해보았습니다. 이쪽에서는 이목구비보다 먼저 풍성한 헤어스타일의 외곽선을 잡았습니다.
머리 위쪽에는 큰 곡선을 사용하고 안쪽에는 방향이 다른 연필선을 반복해서 넣었습니다. 단색 작업에서도 선의 흐름을 달리하면 머리카락의 볼륨을 충분히 나타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얼굴 폭은 좁게 설정했습니다. 여기에 코와 입을 중앙으로 모으고 눈 주변의 형태를 단순화하면서 전체적으로 세로 방향의 인상이 강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이번 그림에서 오른쪽 인물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목입니다. 일반적인 인체 비례보다 길게 늘려서 표현했는데, 이것이 왼쪽의 넓은 형태와 확실한 대조를 만들어줍니다.
목에 짧은 가로선을 여러 개 넣은 것도 길이를 더욱 눈에 띄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아래쪽의 의상은 필요한 선만 남겨 단순하게 정리했습니다.
머리카락의 큰 덩어리와 긴 목, 작은 상체가 연결되면서 왼쪽과는 전혀 다른 실루엣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인물을 재미있게 변형한다고 해서 눈, 코, 입, 귀를 전부 크게 만드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강조할 곳과 줄일 곳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형태적인 재미가 살아납니다.
예를 들어 얼굴 폭을 크게 잡았다면 눈은 작게 남겨볼 수 있고, 머리카락을 크게 만들었다면 턱이나 상체는 과감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크게 만드는 기술보다 크고 작은 부분의 차이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흑백으로 작업할 때는 선의 강약만으로도 상당히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모든 곳을 진하게 칠하기보다 시선을 모으고 싶은 곳부터 어둡게 잡아주는 편이 효과적입니다.
이번 작업에서는 머리카락과 턱 아래, 의상 등에 비교적 강한 톤을 사용했습니다. 얼굴의 중앙 부분에는 밝은 종이면을 남겨 어두운 부분과 자연스럽게 구분되도록 했습니다.
연필을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고 얼굴의 굴곡에 따라 선의 방향을 바꿔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볼은 둥글게 감싸듯 표현하고 머리카락은 결을 따라 움직이면 단순한 스케치에서도 입체적인 느낌이 생깁니다.
사진을 보고 바로 세부 묘사를 시작하기 전에 잠시 전체적인 인상을 살펴보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머리가 큰지 작은지, 얼굴은 가로로 넓은지 세로로 긴지, 코와 입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보이는지, 헤어스타일의 외곽은 둥근지 각진지 등을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두 명을 함께 작업한다면 서로 반대되는 부분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한 사람에게 없는 요소가 다른 사람에게 강하게 나타난다면 바로 그것이 좋은 표현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연필 작업은 두 인물을 같은 방식으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넓은 면적과 묵직한 형태를 활용했고, 다른 쪽에서는 풍성한 머리 모양과 세로로 긴 비율을 이용했습니다.
사진과 똑같은 비례만 따라가다 보면 이러한 차이를 표현하기 쉽지 않습니다. 먼저 특징을 관찰한 뒤 어느 부분을 확대하고 어느 부분을 줄일 것인지 결정해 보세요.
처음에는 조금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바꿔보는 것도 좋은 연습입니다. 이후 불필요한 부분을 다시 줄여가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표현 정도를 찾을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인상을 가진 두 사람을 한 화면에 배치해 보는 연습은 얼굴 관찰력뿐만 아니라 비례와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하는 감각을 익히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연필 한 자루와 종이만 있다면 사진을 천천히 관찰하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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